가꾸는 꿈/살아 숨쉬는 내가 되기 위해...

기댈 수 있는 마음의 위안이자 안식처, 클래식 음악

꿈살이 2006. 4. 24. 21:17

봄.

 

며칠째 황사가 이어져 나들이길을 망친 후, 한 통의 메일로 인해 그 마음을 새롭게 하고 기분을 전환한다.

 

"봄의 향연"

 

파릇파릇한 새싹의 생명력이 배어 나오는 편지지. 비록 전자식 뉴스레터이지만 거기에 담겨진 소담한 소망과 프로그램들은 나를 들뜨게 하기에 충분하다.

 

앙드레 류.

 

음악이 즐거워야 한다며 볼거리, 들을거리를 콘서트에서 제공하는 락(樂) 주의자.

 

바이올린 하면 떠오르는 비발디. 여기에 "로망스".

 

벌써 바이올린이 봄을 노래하고, 클래식 기타가 아름답게 마음을 장식한다.

 

봄 기운이 충만한 숲 향기 가득한 뉴스레터는 기대와 설레임을 담아 왔다.

 

며칠 간 잠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나였지만, 식사도 마다하고 곧장 콘서트가 열리는 교보문고 문화이벤트홀로 향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도 하고, 홍보도 열심이었건만 늘 꼬박꼬박 빠지지 않는 분은 나의 즐거운 점심시간을 책임져 주기도 하시는 조그만 식당 아주머니.

 

홍성에서 보내져 오는 신선한 재료로 맛깔스런 음식을 잘도 만들어 내놓으시는 분. 음식을 먹을 때면 내 어릴 적 어머님이 손수 지어 내주시던 그 맛이었다. 그 음식에 취해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다 이 음악회를 소개하게 되었다.

 

그런데, 왠걸. 예사롭지 않고 반가워 하시던 눈빛. 아,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분은 학창시절 성악을 전공하신 성악도이셨다.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면 열일 제쳐두고 식당도 문을 닫고 달려 오시는 열성파 매니아이시다.

 

이 날은 "Spring Musics in April(1)"이란 주제로 콘서트가 열렸다.

 

앙드레 류가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해 편곡한, 세익스피어 작품 중 다른 쟝르로 가장 많이 이용된 로미오와 줄리엣의 러브테마곡이 첫곡이다. 우수에 젖은 파란 눈의 앙드레 류. 그리고 더해지는 아름다운 영상. 바람불어 좋은 숲 속에서 펼쳐지는 바이올린 연주곡이 감미롭게 느껴지는 저녁.

 

검은 피아노와 밝은 바이올린 소리.  깊어가는 가을에만 어울린다고 여겼던 바이올린의 선율. 고정관념이 어느새 자리잡고 있었음에 놀란다.

 

바이올린. 몸의 소리를 전함에 있어서도 가을의 그것보다 전혀 손색이 없었다. 어쩌면 신이 인간에게 준 유희 중 가장 큰 즐거움이 바이올린의 선율이 아닐까? 

 

클라리넷의 온 몸을 휘감는 듯 부드러운 선율. 뒤이어 짧은 저음의 첼로음에 이어 경쾌하고 맑은 바이올린의 음색이 다시금 들려온다.

 

천사의 찬양, 그것과 무엇이 다르랴!

 

앙드레 류. 푸근한 그의 표정은 곡의 선율을 더욱 그리게 한다. 감성을 건드리는 음악, 감성적인 느낌이지 이성적인 분석이 아니다. 졸음이 와도 좋은 편안함이 배어 있다.

 

 

이 시간은 나만의 시간. 나를 성찰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느껴지는 대로 그냥 편안히 따라가면서 즐기면 그뿐이다.

 

앙드레 류 - 그의 연주 분위기는 서울 팝스오케스트라의 지휘자 하성호님의 그것과 흡사하다. 형식이나 가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즐거움의 전달자. 바로 그들이 있기에 가까이 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이 있다. 가벼우면 어떠하고, 웅장하지 아니하면 어떠리. 그저 즐거우면 음악인 것을......

 

가녀린 바이올린 선율에 실린 경건하고 성스러운 소프라노 흐밍솔로. 거룩함이다. 흐밍솔로가 이토록 우리의 마음을 성스럽고 거룩함으로 이끌 줄이야.

 

그리이스 로마 시대에 있어 그것은 어쩌면 신들의 정원, 천국을 노래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약간의 델리케이트한 우수가 그 속에 녹아 흐른다.

 

영화 "금지된 장난"속에 기타 독주로 삽입된, 그래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계기가 된 "Romance(Arranged for Guitar Solo)"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클래식 기타리스트 Kazuhito Yamashita의 연주였다. Spanish Traditional의 대표곡 중 하나. 스페인 하면 기타으 나라로 떠올리게 한 이미지. 이 영화 속에 흐르는 이 한 곡으로 오늘날의 유행어로 스페인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클래식 기타 소리. 걸러지지 않은 자연미가 느껴진다. 여운을 느끼게 되는 연주.

 

참으로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뒤이어 베토벤이 청년 시절에 작곡한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 작곡전에 워밍업삼아 한번 만들어 본 소품이라는 "Romance for Violin and Orchestra No. 1 G-Major Op.40"과  "Romance for Violin and Orchestra No. 2 F-Major Op.50"이 독일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Kolia Blacher의 연주로 감상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Antonio Vivaldi의 "Violin Comcerto E-Major Op.8 no. 1 'Printemps'"가 영국출신 미모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Julia Fischer에 의해 연주되었다. 이 곡은 12악장까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1~4악장이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우리에게 알려진 곡이다. 비발디가 왜 이 곡의 부제를 프랑스어로 명명하였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그는 우리에게 주옥같은 시와도 같은 명곡을 선사해 주었다. 

 

 

언제나처럼 클래식 음악은 나에게 위안이 되어 준다. 업무에 쫓기고, 시간에 쫓기고,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가는 나에게 기대어 볼 수 있는 무엇이 있다는 사실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