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란 매우 고집을 부리거나 버티어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말로, '막가내하(莫可奈何)' 또는 '막무가내(莫無可奈)'라고도 한다. 무가여하(無可如何)·불가내하(不可奈何)와도 같은 뜻이다. 사마 천(司馬遷)이 저술한 《사기(史記)》 〈혹리열전(酷吏列傳)〉에 나오는 다음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이다.
중국 한(漢)나라 무제 때 전쟁으로 말미암아 농민들의 부담이 점점 늘어나 백성들의 생활이 궁핍해지자 여러 지방에서 농민들의 봉기가 일어났다. 조정에서는 관리들을 파견하고 군대를 보내 반란군을 탄압하고 학살하며 봉기를 진압해 나갔으나, 반란군은 '대규모로 험한 산천을 끼고 고을에 자리잡고 굳게 막아 지키는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여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復聚黨而阻山川者 往往而郡居 無可奈何].'
일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 수단방법이 없어서 꼼짝 못하게 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도무지 어찌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연극 "막무가내들"은 무엇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 수단방법이 없어서 꼼짝 못하게 되는 것일까?
연극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상 웃음이 넘쳐 어찌할 도리가 없는 그저그런 코믹 연극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객석에 자리잡은 순간 눈에 들어오는 무대의 분위기는 사뭇 섬찟했다. 우리가 말로만 듣던 흉가의 모습이 그대로 극장안에 옮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연극이 시작되기도 전에 여자 귀신의 기이하다 못해 소름끼치는 웃음소리와 신음소리가 들린다는 사실이다. 가만가만 들어보니 휴대폰 전원을 꺼달라는 귀신의 요청이다.
"나, 이런 참, 왠 귀신놀음?"
잠시 뒤 무대의 푸른 빛 조명이 꺼지고 곧바로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긴 머리에 하얀 소복입은 귀신이 우물 속에서 등장한다. 괴이한 웃음소리와 을씨년스런 효과음...
코믹이라더니 왠 귀신?
잠시 그 귀신의 코믹연기가 긴장 속의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게 하였다. 괴이하고 으스스한 음성이나, 아주 코믹한 몸짓과 춤으로 주문을 외운 것이다.
차근차근 살펴보니 요 여자귀신이 제법 귀엽고 섹시하기까지 하다. 귀신이 귀엽고 섹시하다니? 그녀의 곡소리가 무섭기는 커녕 귀엽고 유쾌발랄하다. 무섭고 소름끼칠 것 같은 분장과 의상이지만, 귀신의 우스꽝스런 행동으로 인해 귀신 분위기의 을씨년스러움은 사라지고, 코믹 폭소의 귀신 한마탕이 펼쳐지리라 기대된다.
단지 그 우승꽝스런 춤 하나가 관객으로 하여금 상황을 완전히 반전시키고 무서움이 아닌 우스움을 기대하게 한다. 굉장한 반전 포인트이자, 기기묘묘한 반전 포인트다. 단지 우스꽝스런 귀신의 춤 하나가 귀신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며 자못 관객들을 기대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연극의 반전이자, 묘미일까?
사람이, 생겨날 때에는 기운도 있고 넋도 있는 것이니 이 기운이란 것은 사람의 정신이 왕성하다는 징조이다. 그러나 사람은 나면 반드시 죽는 것이며, 죽으면 몸뚱이는 반드시 흙으로 돌아가게 마련인데, 이것을 귀(鬼)라고 하며, 혼과 기운은 하늘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것을 신(神)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귀와 신이 분리는 되었으되, 신이 하늘로 승천하지 못하니 사람사는 이승에 미련을 둔 채 떠돌고 있는 귀신.
옛말에 야불담귀(夜不談鬼)라 하여 밤엔느 귀신 이야기를 아니한다는데, 오늘 저녁은 귀신이 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각이지만, 귀신도 착각하기 좋은 어두운 지하 2층, 불꺼진 연극공연장.
이곳에서 펼쳐지는 한바탕 귀신이야기는 공연시간 내내 객석 관객으로 하여금 머릿 속에 남겨진 시름과 걱정을 벗어두게 하기에 충분하다.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 그리고 등에 땀이 흥건히 베일 정도로 열정적인 연기자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지한 삶의 모습을 보고 엄숙하게 된다. 죽었으되, 죽지 못한 불완전 영혼의 귀신들 이야기에서 엄숙과 진지한 삶의 모습을 보게 되다니......
죽은 자를 통해 삶의 투영을 보여주면서 산 자들의 삶에 희열과 웃음을 주는 연극.
흉가에 찾아든 러쉬엔대시 사채업체의 해결사 박용우와 아흔아홉번째 착한 일을 위해 사채업체로부터 사채를 빌려 쓴 귀신 김옥빈. 그들이 만난 건 아주 우연히 이루어진 키스 때문이다. 우연찮게 이 섹시하기 까지한 여자귀신과 입맞춤을 하게 되면서 박용우의 눈에 귀신이 보이게 되고, 이것이 소동의 시작이다.
그 사이 그녀를 이승이 아닌 저승으로 데려 가기 위해 김반장이 고용한 퇴마사와 그녀와의 사랑을 위해 천년만년 바라보고 지켜 온 로맨티시트인 저승사자 상출의 등장은 참으로 적절하고 재미난 설정이자, 캐스팅의 승리였다. 구성진 사투리와 판소리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상출, 여기에다 1인 다역을 소화해내는 퇴마사 박필연. 이들 셋이서 벌이는 소동과 서로 간의 물고 물리는 관계, 서로 쫓고 쫓기며 꼬인 실타래처럼 얽힌 인연을 각자의 욕심을 버림으로써 합리적으로 몬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설정이다.
연극이 시대와 현실의 반영이라서 그것의 소재가 아무리 진부한 그 옛날의 것일지라도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재해석하고 이해하게 되는 것. 이번 공연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그 소재는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법한 진부하기 그지 없는 소재이지만, 여기에 사채업자의 해결사, 퇴마사, 저승사자가 등장하니 참으로 재미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꽃분홍이라는 재미난 별칭은 그 내용상 진부함에서 오는 흥미와 관객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고 남음이다.
저승사자 상출에 속아 우여곡절 끝에 승천하게 되는 김옥빈 귀신을 대신하여 여전히 구천을 맴돌며 다시금 처음의 장면으로 되돌아 오는 것은 그 반전의 압권이자, 속고 속이는 우리 세태의 반영이다. 누가 과연 속이고 속는냐만 남은, 그래서 진실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우리 시대상의 반영인 것이다.
연극의 전개 과정상 다소 늘어지는 부분이 있어 조금은 지루한 면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배우들의 돋보이는 연기력이 이를 보완하면서 전체적으로는 흥미로운 소재와 조화를 이룬다.
아직도 왜 "막무가내들"이라는 제목을 붙였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지만, 서로간의 목적 달성을 위해 속고 속이는 세태의 반영, 작금의 시대적 상황을 적절히 활용한 시놉시스, 구성지고 흥미로운 사투리와 맛깔스런 대사와 노래, 무섭기는 커녕 귀엽고 섹시하기까지한 배우 연보라의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과 목소리, 상출역을 맡은 최재섭의 껄죽한 입담과 흥이 절로 나는 소리, 약간은 어리버리하고 어설픈 사채업자 해결사 역의 유승일, 1인 다역으로 수시로 변하는 퇴마사역의 이장원, 이것들 모두가 잘 조화를 이룬 재미난 연극작품이었다.
연극 속에서 서로 속고 속이다가 마침내 힘을 합하여 1000년째 구천을 떠도는 귀신을 하늘, 즉 있어야 할 자리로 돌려 보냈듯이, 세상 사는 인간사 모두가 그런 진실함으로 각자 가야할 길로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하는 법. 이성간, 친구간, 부모자식간, 지역간, 국가간에도 이러한 진실과 믿음이 바탕이 되는 관계였음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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