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삶/살며 생각하며

교통약자는 목숨걸고 다녀야 하는 세상!

꿈살이 2010. 9. 6. 21:56

지난 태풍 곤파스가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여 피해를 몰고 왔었지요?

 

태풍 피해는 없으셨나요?

 

다시금 태풍 말로가 북상중이라 하니 집 안팎 단단히 살피고, 대비해서 피해가 없도록 해야 겠습니다.

 

전 지금 3주째 깁스하고 있어 갑갑하기 그지 없네요.

 

성할 때는 몰랐었는데, 목발 짚고 다니니 왜 이리 불편한지요? 교통약자인 장애인 체험 꼬옥 해봐야 겠어요.

 

1. 출퇴근 길 버스 타기 

 

이건 그래도 상대적으로 좀 나은 편이지요. 목발 짚은 사람 보면 버스기사님은 무지 친절하게 기다려 주고, 가장 앞 좌석에 앉도록 배려해 주고, 내릴 때 말해 달라고 해서, 앞문으로 내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답니다.

 

그런데, 승객들은 그렇지 않아요. 바쁜 출근길인 줄은 알지만, 단 한번도 먼저 타라고 양보하는 사람 못봤습니다. 그러니 무슨 좌석 양보를 바라겠어요?

 

버스에서 내리고 나면 사무실 까지 한참을 걸어 가야 한답니다. 2백미터도 안되는 그 짧은 거리의 출근길이 얼마나 멀게 느껴지는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답니다.

 

2. 미닫이문 열기

 

최악이랍니다. 여름철이다 보니 냉기 보존을 위해 다들 문 닫아 두죠. 그런데 이 묵직한 유리문 열기가 목발 짚은 사람에겐 정말 어렵더라구요. 문 열기 위해 목발을 한 손으로 옮겨 모으고 낑낑거리며 문을 밀어 열려면 정말 힘들어요. 대부분 통유리로 된 문이라 무거운데다, 안팎의 온도차가 문을 더 무겁게 한답니다.

 

그래도 출입카드을 이용할 필요없는 문은 나아요. 보안을 위해 출입문과 좀 떨어진 곳에 보안카드 리더기를 설치한 사무실. 정말 미치게 하죠. 한 쪽 귀퉁이에 설치된 리더기에 카드를 대고 부저가 올리면 목발 짚고 유리문을 열어 젖히로 가는 사이 삐이~하고 문은 다시 닫기고 맙니다. 왜 이리도 짧은 시간을 설정해 둔 것인지...... 결국, 다른 사람이 출입할 때 도움을 받아 출입하거나, 아니면 목발 들고 한 발로 뛰어 와서 문을 어깨로 밀치고 다시 목발로 닫히지 않도록 짚어 지지하고.... 한바탕 난리를 쳐야 겨우 출입할 수 있는 이 현실...... 너무 아프고 슬픕니다.

 

3. 화장실 문 열기

 

화장실을 드나 들때도 미닫이 철문과 실험하기는 마찬가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겠지요?

 

4. 계단 내려서기와 지하철용 엘리베이터

 

이것 진짜 힘듭니다. 계단에 그나마 장애인용 지지대라도 설치된 곳은 잡고 내려 가기라도 하겠건만, 지하철이건 어디건 계단 있는 곳엔 이런 장애인용 지지대가 여전히 부족합니다. 목발 짚고 아픈 다리 딛지 못하니 팔을 후덜후덜 떨면서 한 발과 목발을 번갈아 의지해 계단을 내려가자면, 갸우뚱 앞으로 굴러 떨어질 뻔한 적 한 두번이 아닙니다. 까딱 잘못 헛딛게 되면 곧바로 계단으로 뒹굴게 되죠. 너무 무서웠습니다.

 

점심 시간에 계단을 오르내릴 때 그 좁은 계단 옆으로 휙휙 앞질러 지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다친 건 제 잘못이지만, 좁은 계단도 목발 짚고 간신히 오르내리는데, 그 옆으로 잽싸게 휙 지나칩니다. 혹 저를 살짝 건들기라도 하면..... 아찔합니다. 물론 바쁘시겠지만, 단 몇 분인데, 못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저는 매일 목숨 걸고 점심 먹으로 다닌답니다. 아니면 도시락 시켜 먹든지......

 

간혹 지하철 승강장까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만, 이것 또한 너무 힘들었습니다. 우선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전혀 안내되지 않아 찾다가 지쳐 버립니다. 차라리 목숨걸고 그냥 계단으로 가는 편이...... 지하철 각 출입구 마다 교통약자를 위해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위치와 이동경로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어렵게 찾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습니다. 보통 지하철 승강장은 지하 2~3층 정도에 있는데, 아 글쎄! 이 엘리베이터는 반쪽 짜리입니다. 지상에서 지하 1층으로 딱 한 층 내려가면 멈춰서고 거기서 내려 개찰구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 개찰구가 대부분 봉을 회전하면서 통과하게 되어 있는데, 목발 짚은 사람은 통과할 수 없습니다. 목발을 한 손에 모아 들고서 깁스한 아픈 발은 들고 나머지 성한 발 한 발로 카드찍고 뛰어 나가야 됩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승강장 내려가는 엘리베티어 찾아 헤매야 합니다. 아니, 왜 노약자 장애인용인 엘리베이터에 지하철 패스카드 리더기 하나 설치 안하는 겁니까? 그나마 개찰구 바로 앞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경우이고 엘리베이터가 어디 붙어 있는지 찾기도 어렵습니다. 으이구! 대한민국 원망스럽다! 정말!!!

 

또 이번처럼 태풍이 찾아와서 비가 내리는 등 일기가 좋지 않은 날,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저처럼 목발을 짚고 다니는 경우 우산을 받쳐들기가 마땅치 않습니다. 우산을 들면 목발 짚고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니까요! 이런 날엔 교통약자를 위해 지하철 역마다 봉사자 등 교통약자가 도우미가 있었으면 합니다. 이런 도우미는 실업자를 아르바이트로 활용하거나 젊은 취업 희망자를 아르바이트로 고용해서 활용해도 좋으리라 생각해 봤습니다.

 

출퇴근 시각에 대중교통에 왜 장애인이 보이지 않는지 이해가 갑니다. 장애인은 목숨 걸고 대중교통 이용해야 합니다.

 

5. 지하철 타기

 

지하철은 그냥 타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그 뒤가 문제입니다. 아무도 양보를 안합니다. 노약자석은 이미 어르신들로 만원이고, 일반 좌석은 젊은이로 가득하지만, 다들 졸거나 신문보거나 DMB, 이어폰 등 전자기기와 놀고 있지요. 사람은 안중에도 없답니다. 지금까지 3주 동안 자리 양보해주신 분은 모두 민망하게도 장년이거나 어르신들 뿐이었습니다. 어르신! 감사드립니다.(꾸뻑)

 

지하철 패스시설에 설치된 바(봉)식 통과기도 문제더군요. 지하철은 대부분 철제로 돈 바(봉)를 밀고 드나들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바(봉)는 저처럼 목발을 짚은 사람에게 최악이었습니다. 이를 이용하려면 목발을 세워두고 한 손으로 패스리더기에 결재를 하고 목발을 한 손에 모아 들고 아픈 발을 든 후 나머지 성한 한 발로 뜀뛰기 하며 한 손으로 바(봉)를 밀어제쳐 통과해야 합니다. 남들 보기엔 장난처럼 보일 수 있으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향후 설치되는 지하철 역사 모두 바(봉)식 통과기는 설치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그래도 고마운 것은, 목발 짚고 다니는 저를 보고, 먼저 앞서가 미닫이문을 열어 주시는 많은 이웃분들이 계셨습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주시는 분, 엘리베이터 안에서 열림 버튼 누르고 기다려 주시는 분, 환한 미소로 버스승강장 경계석 앞까지 차를 대고 제가 안전하게 좌석에 자리잡을 때까지 기다려 주신 기사님!

 

이런 분들이 있어 즐겁고 살맛나는 대한민국이 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