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꾸는 꿈/살아 숨쉬는 내가 되기 위해...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음악여행

꿈살이 2006. 7. 30. 21:28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카피가 한 때 크게 유행한 적 있다.

 

정말 열심히 일했다면 떠날 자격이 있고, 즐길 자격이 있다.

 

그런데, 기왕에 떠날 바엔 이탈리아로 떠나는 건 어떨까?

음악과 예술의 나라, 그 곳에서 지중해 문화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특유의 문화를 경험하는 즐거움도 좋은 쉼이 될 수 있으리라.

 

 

 

알프스 북쪽의 음습함과는 달리 그 남쪽,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4계가 뚜렷한 이탈리아. 다양한 문화 예술의 형태에서 이 나라를 종주국으로 하지 않은 쟝르가 드물다. 오늘날 유행하는 문화예술의 기원국이자,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나라.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가 국내외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해서 더 알려진 나라,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우승한 나라, '피자'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이탈리아 음식, 뜨거운 열정과 다혈질적인 국민성이 어쩌면 우리와 닮은 꼴인지도 모를 나라.

 

모종의 예술 쟝르를 논할 때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예술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음악적 빈곤, 철학적 사고나 소재의 빈곤시 수많은 예술가들이 알프스를 넘어 이곳 이탈리아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현대의 발달된 교통문명과는 달리 최악의 교통조건이라 할 수 있는 시대에 모차르트가 13세 이전에 이미 3번이나 이탈리아를 방문하였다는 사실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이곳 이탈리아에서 모차르트는 오페라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고, 오페라 창작활동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탈리아는 모든 예술인들에게 예술적 자극과 모티브의 원천이 되고 있다. 오늘날에도 많은 예술가들이 그곳을 찾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할 것이다.

 

 

이코프스키 역시 이탈리아와 인연이 깊다.

 

37세까지 독신이었던 그는 1877년 7월, 자신을 지극히 쫓아다니던 28세의 음악원 여학생 안토니나 이류코바와 결혼하였으나, 결혼전의 우울 상태가 심화되고 작곡 활동도 완전히 저하된다. 모스크바강에 뛰어들어 자살을 꾀하나 미수로 끝난다. 히스테리성 여성인 안토니나가 집요함에 결혼하였으나 차이코프스키가 집을 박차고 나오면서 9주만에 그의 결혼생활은 파탄난다. 그러나 그는 결코 불행한 사내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또다른 여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의 공허한 삶은 그로 하여금 이탈리아로 향하게 했다. 이곳에서 그는 독일계 나데즈다 폰 메크(N-VON MECK) 부인을 만나게 된다. 남편이 막대한 재산을 남기고 죽자 사교계와 발을 끊고 조용히 살던 그녀에게 차이코프스키의 제자가 딱한 그의 사정을 얘기하자 즉시 신작을 의뢰, 엄청난 작곡료를 보냈다. 결국 부유한 나데즈다 폰 메크 부인은 오늘날의 메세나 운동에 헌신, 차이코프스키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 

이러한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사랑으로 발전하지만, 그것은 단지 오가는 편지 속에서 뿐이었다. 그의 교향곡중 가장 밝고 찬란한 교향곡 제4번은 "우리 두 사람의 교향곡"이라고 차이코프스키가 고백한 바 있다. 그러나 그녀는 차이코프스키의 곡 연주장에 조금 늦게 도착해서 연주를 관람하다가 연주가 끝나기 직전 연주장을 빠져나가는 등 결코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 그가 작곡에 전념하게끔 하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그 후 13년간에 걸쳐 그를 위해서 6000루불의 종신 연금 등 거액의 돈을 지출하기도 했다한다.

 

그런 차이코프스키가 그의 나이 40세에 작곡한 "Capriccio Italia Op.45(이탈리아 기상곡)"는 격렬한 춤 타란텔라(tarantella)에서 차용한 곡이다. 이 곡을 세계 3대 미항중 하나인 나폴리 항구의 아름다운 일출을 배경으로 감상하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아름다운 나폴리 항구의 일출을 배경으로 빵빠레 같은 트럼펫의 웅장함이 기상을 흔들고, 그 위에 현의 중량감이 바다 위의 쪽배 주위를 맴돈다. 너무나도 가슴 벅차고 아름다운 감동이 아닐 수 없다. 항구가 아름다운 것도 나폴리가 유명해진 이유이겠으나, 이런 음악에 어울리는 DVD가 보여주는 조화로움이 나폴리를 더욱 나폴리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아무렇게나 쓰러진 것 같은 대리석 조각들이 사실은 세월의 흔적과 그 역사의 무상함을 보여준다. 이국적인 야자수 열매 같은 나무들의 울창함, 새들의 모이쪼기와 사람들의 산책조차도 너무 평화롭게 느꺄지는 건 내 눈에 콩깍지가 씌였기 때문일까? 조그만 교회당 건물 벽면 곳곳에 찬미하는 천상세계가 그려진 것은 이탈리안들의 예술적 자질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이런 기질에 천재작가의 음악이 더해 졌으니 더이상 형언하여 무엇할 것인가?

좁은 골목길조차 역사적 가치를 인식하고 보호하는 그들의 예술적, 역사적 사고와 가치 체계가 놀랍고도 부러울 뿐이다. 빠르게 우리 옛 것들을 잃어가는 우리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그들이 부럽기 그지 없다.

 

이미 그들의 생활은 예술이고, 예술이 생활인 셈이다. 빨래를 느는 것 조차 아름답게 보이니 내 눈에 정말이지 콩깍지가 씌인 것이 분명할 터.

바쁨이 넘쳐나는 회색도시 서울과는 너무나도 비교되는 이탈리아 나폴리.

 

 

오늘은 음악보다 영상을 더 즐기는 듯 하다. 어쩔 수 없는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헬멧조차 없이 연인끼리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고 자동차 사이를 누비는 문화, 사람과 자동차가 어우러짐에도 경적은 없다. 짜증도 없다. 이것이 예술적 감흥과 자질의 원천인 여유가 아닐까?

 

강한 비트와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연주되고 있다는 것은 나폴리 여행을 마무리할 시점이 되었다는 뜻. 언제 어디서든 이 곡을 감상하게 된다면 언제나 난 나폴리가 그려질 것이다. 교회 뽀족탑 사이로 흘러가는 쪽배의 긴 여운을 기억하게 되리라.

 

도시 곳곳에 늘어선 아름다운 조각 특히 사람들의 조각은 르네상스의 중심 정신이 인간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The Lake Isle of Innisfree

이니스프리 호수의 섬

                                                William Butler Yeats

                                                예이츠

 

I will arise now, and go to Innisfree,

And a small cabin build there, of clay and wattles made:

Nine bean-rows will I have there, a hive for the honey-bee,

And live alone in the bee-loud glade.

 

나 일어나 이제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나뭇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 짓고,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벌들이 윙윙대는 숲 속에 나 혼자 살으리.


And I shall have some peace there, for peace comes dropping slow,

Dropping from the veils of the morning to where the cricket sings;

There midnight's all a glimmer, and noon a purple glow,

And evening full of the linnet's wings.

 

거기서 얼마쯤 평화를 맛보리.

평화는 천천히 내리는 것.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에 이르기까지.

한밤엔 온통 반짝이는 빛

한낮엔 보랏빛 환한 기색

저녁엔 홍방울색 날개 소리 가득한 곳. 


I will arise and go now, for always night and day

I hear lake water lapping with low sounds by the shore;

While I stand on the roadway, or on the pavements grey,

I hear it in the deep heart's core. 


나 일어나 이제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 철썩이는 낮은 물결 소리 들리나니

한길 위에 서 있을 때나 회색 포도 위에 서 있을 때면

내 마음 깊숙이 그 물결 소리 들리네.


 

 

이니스프리 호수의 섬을 아는가?

 

아일랜드의 슬라이고(Sligo)에 이니스프리(inisfree)라는 호수가 있다.

이곳에서 삶을 노래한 영국의 시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예이츠.

 

예이츠의 할아버지의 큰 저택이 이니스프리호 근처에 있었기에 그는 이곳을 자주 갈 수 있었고, 그의 생애 말년에는 이곳에 보냈다고 한다. 이 시를 쓴 배경은 어쩌면 헨리 데이빗 쏘로우의 영향인지도 모른다.

 

쏘로우가 월든 호숫가에 앉아 쓴 책이 바로 저 유명한 "Walden".

 

쏘로우는 "나는 이 월든 호숫가에 3개의 의자를 놓겠다. 하나는 하나님을 위해, 다른 하나는 바하를 위해,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나의 고독을 위해..."라는 명언을 남겼다.

 

예이츠는 이러한 쏘로우의 영향을 받아 시를 쓰게 된 것이다.

 

나는 자유롭게 살기 위해 숲속에 왔다.
삶의 정수를 빨아들이기 위해 사려 깊게 살고 싶다.
삶이 아닌 것을 모두 떨치고
삶이 다했을 때 삶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리.

I went to the woods because I wanted to live deliberately.
I wanted to live deep and seek out all the matter of life.
To put to rout all that was not life.
And not, when I came to die, discover that I had not lived.

                                                         -헨리 D. 쏘로우-

 

 

이완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http://www.seelotus.com/frame_w.htm)에 따르면, '이니스프리 호수의 섬'은 아일랜드 태생의 영국시인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1865~1939)가 런던에 거주할 당시, 고향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시로, 당시 상황으로 보면 자신의 조국을 그리워하는 시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회색포도’로 상징되는 대도시의 혼탁함과 답답함의 이미지와 달리 시인이 꿈꾸는 전원 풍경의 아름다운 그림을 독자가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이 작품에는 시인이 마음속으로 동경하고 있는 이상향으로서의 이니스프리 호수섬의 정경이 잘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이니스프리 호수섬의 아름다운 정경을 시각적인 이미지와 청각적인 이미지를 동원하여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도회의 삭막함과도 대조함으로써, 그곳을 간절하게 동경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시인의 고향인 아일랜드의 호수 속에 있는 작은 섬이다. 이곳은 히스(heather) 꽃이 보랏빛으로 피어나고 한낮에 햇빛을 받아 이 꽃들이 호숫가에 비침으로써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섬으로 시인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낭만적 꿈에 부푼 20대 후반, 시인은 런던의 거리를 걸으면서 잠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도시의 번잡을 피해 전원의 한가로움과 평화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잠긴다. 오두막 근처에서 잉잉거리는 벌 소리. 귀뚜라미 우는 소리 등 전원적이고 평화로운 이미지가 느릿한 리듬과 어울려 서양판 ‘귀거래사(歸去來辭)’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이런 서정성을 담은 시에 현존하는 영국의 젊은 작곡가 David Downes가 곡을 붙였다. "<Isle of Inisfree> for Soprano and Harp".

 

 

이 곡은 2006년 초 발매된 "Celtic Woman"이라는 5명의 아일랜드 팝페라 가수들이 노래한 음반에 수록된 곡으로, Orla Falon이라는 팝페라 가수가 하프연주를 하며 노래한다.

 

플루우트와 더불어 인류가 만든 최초의 악기라는 하프의 아름다운 선율이 호수의 잔잔한 물결과도 같고, 올라의 목소리는 그 위를 노니는 물새떼와도 같다. 거기에 오버랩되는 첼로 음은 너무나도 평화로운 모습, 우리에게 일상으로부터의 탈출로 이끈다.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곡. 이 곡을 평생 듣고 또 듣는다 할지라도 질리지 않고 마냥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고라는 찬사만으로는 그 표현이 부족하다고 느낄 만큼 사랑과 행복감이 녹아 있다.

 

오늘 이 곡과 만남으로서 최고의 데이트를 했고, 평생에 있어 최대의 경험이 되었다. 삶 그 자체가 벅찬 행복이다.

 

이렇게 환상적인 아일랜드 음악여행은 끝이 나고, 여전히 여운이 가시지 않았음에도 Franz Schubert의 "Song of Elen(Ave Maria)"를 감상해 본다.

 

앞서 "이니스프리 호수의 섬"을 하프로 연주하고 노래한 팝페라 가수 올라의 하프 반주로 소프라노 Chloe가 노래한 곡.

 

독립군의 딸 앨런이 잉글랜드왕에게 가서 갇혀 있는 아버지를 돌려 달라고 비는 곡으로 딸의 간절한 효심을 노래했다는 점에서 종교적 구원을 노래한 다른 여타의 아베 마리아와는 다른 곡이라 할 수 있다.

 

다소 경박한 듯한 올라의 하프 반주에 비해 너무나도 성스럽고 아름다운 목소리의 노래. 아버지 구원을 향한 딸의 간절함이 Chloe에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선하고 맑은 눈에 가득한 간절함, 그 애원의 눈빛에 들어주지 않을 것이 무엇인가? 그녀의 목소리와 맑은 눈이 마리아인지도 모른다.

 

이제 Ludwig van Beethoven"Symphony No.6 F-Major Op.68 "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음악여행을 마무리 할 시간이다.

 

빈 바깥의 하이리겐쉬타트 숲. 빈의 숲의 일부분인 숲이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베토벤의 숲을 거니는 동상 주머니속 악보가 바로 이 곡의 악보이다.

 

2악장이 숲의 모습 그대로를 묘사하여 표제음악인 듯 하나, 이미 베토벤이 눈과 귀가 먼 뒤 작곡하였으며, 그의 마음을 묘사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어찌보면 절대음악이라 해야 옳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 곡은 음악이 문학을 자극하여 앙드레 지드의 "전원교향곡"이 탄생하는 계기가 된다.

 

1802년 베토벤이 32세 되던 해. 그의 작곡가에게는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그의 귀 난청 증세가 심각하여 그는 세상에 대한 절망과 비애를 느끼고 이 숲에서 현재에도 남아 전해지는 유서를 쓴다. 그러나 다시 생각을 돌리고 "나에게 신으로부터 내린 모든 사명을 다 할 때까지는 죽어서는 안된다." 하고 결심한 그는 그 가혹한 운명과 싸우면서 작곡에 심혈을 기울인 것이다.

 

역사를 거슬러 만약 그가 유서를 쓴 뒤 자결하였다면 우리는 오늘날 이 위대한 전원교향곡은 물론이거니와 그가 남긴 인류 최대의 음악적 유산을 접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우리게에 남긴 곡은 대부분 그 뒤에 작곡되었기 때문이다.

 

 

1악장은 시골에 도착했을 때의 신선하고 즐거운 기분을 그렸다. 반박자 쉬고 들어가는 것이 시골 초입에서 그 싱그런 내음을 "흐음"하고 흡입하는 것도 같은 매력을 느끼게 한다. 회귀를 반겨 맞는 종달새의 지저귐 같은 소리. 낮은 첼로음은 한 낮 더운 여름 나무 그늘과도 같다. 숲에서 나오는 서늘한 기운이라 해도 좋으리라. 생동감과 생명감이 느껴지는 1악장은 시골의 풋풋함이 그대로 묻어나서 좋다.

 

 

 

2악장은 베토벤의 곡중 F장조는 한없이 평화롭고 편안할 때 작곡된 곡이라 하지만, 이 2악장은 그 중 백미이며, 전원교향곡중 최고이다. 그가 숲 곳곳에서 경험했던 베토벤강, 바람소리, 나뭇잎 구르는 소리, 새소리 같은 것들을 상상하며 작곡하였다고 전해진다. 돌돌돌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 그 상큼한 감정을 어쩜 이렇게도 섬세하고 다양하게 음악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싶다. 숲 속의 조그마한 미물 하나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베토벤의 마음을 새겨 본다. 미끄러지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숲 속 광경, 거닐음이 그대로 재현되는 듯 하다. 그가 만약 맑은 청각과 시각을 유지하였었더라면 그는 아마도 이곳을 벗어나지 못했으리라. 너무도 아름답고 평화롭게 느꼇을 그의 마음을 감히 더듬어 본다.

일요일 오전, 일산의 고봉산을 오르며 느꼈던 마음속 평화가 그런 감정 아니었을까? 아니면 늦은 여름 오후, 저물어 가는 해에 붉게 물든 임진강 물빛이 아름다운 심학산의 감흥이었을까? 불현듯 김포의 조각공원 휴양림과도 같은 숲을 아들과 함께 다시 거닐고 싶다. 그 마음을 아이에게 전하고 싶다. 악장 말미에 뻐꾸기 소리가 실제 들린다. 감정이입된 베토벤의 마음을 읽는다. 베토벤은 이 악장의 부제로 "시냇가의 정경"이라 이름 붙였다 한다.

 

 

 

3,4,5악장은 쉬지 않고 바로 연주되도록 구성되었다. 낭만파적 음악 숨결이 끊어지지 않고 느껴지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 부분을 두고 베토벤이 낭만파 음악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들 악장은 숲이 깨어났음을 진현하는 것 같다. 숲 속 친구들 모두가 활발히 움직이며 살아가는 모습, 각자 제 주어진 일에 열심인 모습. 숲이 깨어 움직인다고 해야 할까? 치열하고 격렬한 숲의 모습이 그려진다. 힘이 넘치는 생동감, 숲이 넘친다. 활기찬 에너지가 충만하다.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어도 좋으리라. 새들이 노래하고 나무도 잎을 흔드니, 스치는 바람에 몸과 마음 맡겨도 좋으리라. 숲의 대합창, 대향연이 벌어진다.

나뭇가지 사이로 누비는 실바람이 어루만지듯 하다가 강렬한 숲 속 에너지가 어느새 그것들을 끌어 안는다. 마침내 끌어 안은 에너지가 폭발되고 숲은 그 활기를 기꺼이 토해낸다. 이제 우린 그것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그 풍부하고 강렬한 기운을 받아들여 생명을 얻게 되리라. 그것은 삶의 운동력이자, 에너지가 된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하느냐는 인간 자신들의 몫. 그냥 가슴을 펴고 마음을 열어라. 그리하면 기운이 느껴지리라. 그것을 안정과 평화, 행복으로 승화시키는 건 누리는 자의 몫이다. 숲 속 자신의 모습을 가꾸는 것 또한 자신의 몫.

 

 

 

숲 속 여행을 음악을 통해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베토벤의 음악성은 위대하다.

 

이제 잠시 벗어났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비록 몸은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마음은 여전히 숲을 거닐고 이니스프리 호숫가에 있다. 음악을 통해 일상을 탈출하는 것, 참으로 경제적이면서도 효과적이다. 그 감동 또한 여느 휴가 못지 않다. 지치고 피곤한 휴가철 귀가길의 어려움도, 피서지의 상혼도, 막힌 도로의 짜증스러움도 없고, 마음을 여전히 휴가지에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휴가가 또 있을까?

 

두번째 휴가가 더욱 기대된다. 두 시간여 휴가가 긴 여운을 남기고, 아쉬움을 남긴다.

 

나는 오늘도 이니스프리 호숫가에 앉자 책을 읽고, 숲을 거닐며, 자연을 호흡한다. 모든 것에 감사하고 사랑하며......

 

이제 호숫가에 아름다운 노을이 드리우고, 숲에는 서서히 어둠이 찾아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