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선택에 대하여...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난다면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은 얼마나 빠르게 변할까? 더군다나 그 찰나의 순간이 죽음과 삶의 교차점이라면...
며칠 전 출근길 버스안에서 목격한 일이다.
운전석 바로 뒤쪽 좌석에 앉았다.
버스가 수색역에서 모래내시장 방향으로 버스중앙차로로 달릴 즈음, 아주 조그마한 불 테리어 한 마리가 중앙차로에서 달리는 버스를 향해 정면으로 마주걷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 위치 역시 버스 왼쪽 바퀴에 밟히기 딱 좋은 위치에서 용감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잠시 뒤 자신에게 닥칠 위험은 전혀 알지도 못한 채......
운전기사님보다 먼저 목격한 나로서는 "엇!"하는 찰나 버스는 잠시 멈칫 하더니 눈 앞에 보인 개는 사라졌다. 그러나 버스는 멈추지 않고 달렸다.
곧이어 운전기사님 입에서 " 아!" 하는 탄식과 함께 "어째서 도로 한 복판을 차가 달려와도 피하지 조차 않는거냐"는 안타까움의 소리가 들렸다.
나 역시도 "차에 치인 것일까?", "피했을까", " 만약 사고가 났다면 끔찍하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기사님 역시 내내 운전대를 정상적으로 잡지 못하시는 것 같았다. 버스가 중앙선에 설치된 안전장치를 부딪힐 듯 말 듯 하는 모습이 연신 내 눈에 들어 왔기 때문이다.
만약 그 짧은 찰나의 순간, 버스가 멈췄다면 어땠을까? 아주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될 뻔 했다. 아주 작은 한 생명을 위해 달리는 버스가 멈춰서고, 그 작은 생명이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 후 다시 버스가 달렸다면 참으로 아름다웠을 텐데......"
그런데, 그랬다면 버스 안의 승객들이 다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속력을 내어 달리는 버스가 갑자기 멈춰서기란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뒷쪽에서 달려오는 버스가 있다면 대형사고를 야기할 수도 있는 상황.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라 스스로 위안을 하면서도 그 자그마한 개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램과, 만약 끔찍한 일을 당했다면 극락왕생하길 바라는 마음이 교차했다. 하루 종일 찜찜한 날이었다.
다음날 출근길에 여전히 버스기사님 바로 뒷좌석에 앉아 그 끔찍할 것 같은 사고장소 중앙차로를 용기를 내어 유심히 보았다. 말끔했다. 흔적도 없었다.
'살았구나!'
안도의 한 숨을 내뱉는다.
별 것도 아닌 눈 지그시 감아 버리면 그만인 것을, 왜 이리도 안절부절 못하는 것인가?
인지상정일 게다. 비록 하찮은 미물일 지라도 그 생명은 소중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리라.
삶이란 그런 것 같다. 우리가 비록 느끼지 못하고 의식하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 우리의 양심은 언제나 살아 있을 것이다.
그 짧은 찰나의 순간이 나에게 가져다준 고민과 안타까움은 또한 앎으로 인해 유감스러움을 안심으로 전환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