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가적 부드러움과 평안이 있는 최경일의 Natural Horn
중세 시대의 사냥용 뿔피리가 발달하여 오늘날에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중요한 금관악기로서 사용되고 있는 악기. 금관악기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소리를 내기 때문에 화음으로 곡을 부드럽게 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기도 한다.
음의 폭이 넓고 부드러우며, 풍부한 색채를 지니고 있기에 금관악기중에서 표정 또한 가장 풍부하다. 그래서 웅대하면서도 친화적이고 안정적인 색채를 띤다고 평가받는다. 이러한 특색은 애정 등의 온화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는 반면, 불안, 초조, 그리고 열정 등의 동적인 표현도 가능한 다양한 표현능력을 가진 악기로 사랑받고 있다.
바로 호른이야기다.
Natural Horn
현대 오케스트라에서는 중음역용(中音域用)의 주요한 관악기의 하나로 프렌치호른이라고도 불린다. 잉글리시호른은 목관악기로 이와는 별개의 악기이다.
호른의 전신은 각적(角笛)과 프랑스의 사냥용 호른으로 17세기에 이르러 악기의 모양을 갖추고 18세기에 이르러서야 오케스트라용의 악기가 되었다. 이 무렵에는 밸브가 없었기 때문에 관을 갈아끼워 사용하였다. 19세기 초에 발명된 밸브장치는 19세기 말경부터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세기 초반에는 주로 사냥꾼의 수렵용으로 쓰여지던 신호나팔이었다. 이후 사용된 악기는 단순히 팡파레를 위한 원시적인 용법이었고, 직접 악단과의 앙상블을 위해 사용되어진 것은 아니었다. 호른이 직접 다른 악기와 섞여서 무대 위에 오르게 된 것은 이보다 약 1세기가 지난 18세기 초엽이었다. 이 때에 사용되었던 악기가 Natural Horn으로서 자연배음에 의한 음정만을 가지고 연주할 수밖에 없었다. 호른이 어느 때 최초로 연주회장에서 사용되었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대체로 1633년경 M.깬냐에 의해 쓰여진 오페라 "Erminio sul Giordano"에서 그 유래를 찾는다. 그리고 호른을 오케스트라에서 사용한 최초의 작곡가는 J.Fux(1660~1741)으로 알려져 있다.
Horn은 단순한 조성 하나만으로는 모든 연주를 할 수가 없었다. 다른 악기와 앙상블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성에 의한 배음을 가져야만 했다. 이러한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성에 기초한 배음을 갖는 관(crook)이 개발되어질 수밖에 없었다. 최초의 crook은 viena의 레히만 슈나이더(Leichman schneider) 형제에 의해 18세기 초에 제작되었다. 이 crook(변조관)은 흔히 6개 1조로 되어 있으며 그 중 2개는 master로 불리는 것으로 한 쪽은 mouth piece에 연결되며 나머지 한 쪽은 악기 몸체에 연결된다. coupler로 불리는 나머지 4개의 crook은 악기 몸체에 연결되어 각각 다른 조성을 지니게 된다. 단점은 조성이 바뀔 때마다 crook,을 바꾸어야 한다는 결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불편을 덜기 위해 모든 crook을 악기의 몸체에 연결시킨 것으로 악곡의 전조시에는 mouth piece를 이동시켜 연주하게끔 하였다. 이 호른의 명칭을 Omni tonic Horn이라고 한다. 이 호른의 창안자는 J.B.Dupont으로 알려져 있다. 이 호른의 단점은 악기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는 것이다.
Ntural Horn의 연주법
Natural Horn의 연주법에 있어서 획기적인 방법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른바 Hand Stopping주업으로, 악기 자체의 발전과 별도로 개발되었다. 이 주법은 Dresden의 연주가이며 교사였던 A.J.Hampel(1710~1771)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다. 당시 주로 야외에서 수렵용으로 사용되었던 호른이 실내의 연주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음색과 음량의 조절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악기의 bell부분이 솜으로 만든 pad를 삽입하여 소리내는 실험을 하게 되었는데, 그 결과 음색 및 음량의 변화와 함께 음정이 낮아지는 실험결과를 얻게 되었다. 그는 다시 솜으로 만든 pad대신 손을 오므려서 bell에 삽입하는 실험을 하였는데, 이전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곧 이러한 사실을 연주자들에게 소개하게 되었고, 그 결과 Hand Stopping(폐쇄음 주법)이라는 새로운 연주방법이 생기게 되었다. Hand Stopping 주법의 단점은 정확한 음정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 오른손이 Open Position에 있을 때와 Stopped됐을 때 음량과 음향이 서로 다르게 작용하므로 효과적인 음정을 얻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단점은 저음부에서는 폐쇄음 주법이 효과적으로 적용되지 못하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Valve Horn이 개발되면서 거의 해결되었다. Valve Horn의 개발로 음정에 대한 문제들은 사라졌으나, 대신 폐쇄음 주법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즉, 악기의 bell을 폐쇄함으로써 얻어지는 여러 가지 색다른 음색이 호기심 있는 작곡자들과 연주가들에 의하여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새롭게 가치를 인정받게 된 Natural Horn은 경쾌하고 밝은 소리 즉, 희망을 보여주는 부드럽고 목가적인 매력을 지닌다. 현대에 연주되는 Horn은 화려하고 큰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비교가 된다.
이러한 호른의 기초지식을 습득하게 되면 호른의 소리는 더 한층 깊고 부드러운 희망으로 다가서게 된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Sonata for Piano and Horn Opus.17
Allegro Moderato
Poco Adagio , quasi Andante
Rondo Allegro Moderato
부드럽고 정겨움이 넘치는 목가적 풍경이 소리로 그려진다. 광활한 대지와 눈 덮인 알프스 언덕 모두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소리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끓어 오르는 첼로나 콘트라베이스와는 다르다. Natural Horn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우려 나오는 정숙함과 평화로움이 서려 있다. 손으로 막음으로써 조절하니, 어쩌면 언제나 같은 연주는 없을 수도 있겠다 싶다. 즉흥적 조절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면 재즈와 잘 어울릴 가능성도 있는 악기인 것이다.
지친 사람들의 등과 빰을 어루만지듯 달래주는 부드러운 평화. Natural Horn에는 그것이 담겨 있다. 깊이가 느껴지는 소리, 환상적인 조화로움이 어울림 소리로 보여지는 피아노와 호른. 그 둘을 파릇파릇 돋아나는 초원 위에 살짝 올려 놓고 감상하는 상상도 즐거움이 된다. 세련된 고저의 변화는 없으되, 투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음의 친근감이 그대로 객석으로 전달된다.
Louis Francois Dauprat (1781- 1868)
Sonate pour Cor en Fa et Piano Opus.2 (한국초연)
Allegro Moderato
Affectuoso , Andantino poco allegretto
Rondo Allegro
제 소리를 다 낼 수는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감싸고 싶은 마음을 유발한다고 해야 할까? 그건 아닐 것이다. 그 소리가 아마도 우리를 친근하게 이끄는 것일 따름이리라.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인가?
화려한 외모로 돋보이는 것이 각광받는 오늘이지만, 그러나 아름다움은 진실된 자연미여야 한다. 화려한 빛깔도, 꾸밈도 없이 자신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해 가면서 자연의 소리를 만들어 내는 Natural Horn이야 말로 가장 신실한 악기,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지닌 악기인지도 모른다.
한가로이 풀 뜯는 소들의 놀이터가 연상되는 평화로운 5월이 그려진다. 숨쉬는 대지와 함께 하는, 그 꿈 속 같은 그리움과 평안, 그리고 아늑함만이 객석을 맴돌고 있었다.
Friedrich Kuhlau (1786- 1832)
Andante und Polacca fur Horn und Klavier (한국초연)
Andante
Alla Polacca
슬픈 애조의 가락임에도 부드러움이 사라지진 않는다. 슬픔을 어루만져 주는 형상의 소리. 달램은 끝으로 치닫지 않으며, 또 다른 치유의 소리가 된다. 간절한 애절보다는 절제된 슬픔이 아름다운 소리로 창조되고 승화되는 것이리라. 화려하지 않은 수수함이 매력인 무영탑처럼, 그렇게 수수하게 배인 아름다움이 기품으러 서려 있다. 동해의 거친 파도 소리보다는 부드러우면서, 서해의 잔잔함은 아닌, 그래서 적절한 평화의 소리가 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변화를 추구하면서 그 분위기도 달라졌지만, 그래도 목가적, 서정적 부드러움은 여전히 가슴과 가슴을 울리며 살아 숨쉰다. 그렇게 중용의 소리는 객석을 울리며 살아 있다. 거침은 꺾을 수는 있으나, 급하게 꺾어서는 아니된다. 그것은 자연스러움을 거스러는 일이어서 또 다른 저항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Nicolas de Crufft (1781-1818)
Sonate en Fa Majeur pour Cor et Piano
Allegro Moderato
Andante espressivo
Rondo (alla Polacca) Moderato
마지막. 연주는 한 참을 지나 객석을 휘감아 돌고 있었지만, 단 한 줄의 글도 나아가진 못한다. 소리가 맘을 붙잡고 서 있기 때문이다. 양치기 목동이 햇빛이 부서지는 초원을 배경삼아 우리를 나서는 장면이 그려진다. 행진같은 당당함이 있지만, 군대 같은 위풍당당 행진은 아닌 것이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한가함과 여유로움이 희망으로 거기 서 있었다. 잔잔히 스미는 즐거움이 있다. 뜨거운 햇빛이 파아란 초원으로 내리는 한 낮 한 때, 팔 괴고 누워 하늘을 쳐다 보는 즐거움. 자연을 벗삼은 안빈낙도의 기쁨이 있다. 현대인들이 그토록 갈구하는 그것이 이 음악 속에 있었다.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푸른 하늘 위로 하얀 구름이 흘러가는 사이, 당 위에는 푸르름이 널렸다. 부드러움에 부드러움을 더하고, 애잔한 피아노 선율이 덧붙는다면 서러운 서글픔으로 톤(Tone)이 변한다. 그 위로 느리면서도 애잔한 Natural Horn소리가 오버랩되면서 분위기가 전환된다. 잔잔한 호숫가를 바라보는 시선. 그 아름다운 평화로움에 젖어 본다. 붉디 붉은 노을이 지는 호숫가를 바라만 보고 섰다. 아름다움이 소리로 옮겨진다.
흔들리는 그네 위에 앉아 말도 없이 한 곳만 응시하고 선 사람들.
오래 전 본 영화의 기억처럼 서로를 축복하며 그려지는 모습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빠른 템포의 3악장이 지배할 즈음, 영롱한 맑음을 덧칠해서 튀지 않게끔 다듬어주는 Natural Horn소리가 있다. 다양하고 절묘한 기교는 없으며, 커다란 음폭의 차이도 없다. 그래서 거침을 모르는 악기. 모든 소리를 빨아 들인 뒤 부드러움으로 덧칠된 소리를 내뿜어 줄줄 아는 악기다.
세상의 거침도 부드럽게 바꿀 순 없을까? 새 소리로 덧칠하고 싶은 욕망이 불현듯 인다. 사랑을 그렇게 다룰 수 있다면 사랑일까?
우리가 그토록 사랑에 매달릴 수 있을까?......
생각을 쫓는다는 건 소리를 쫓는 것이고, 소리를 쫓는 건 생각을 쫓는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소리를 쫓아 생각을 쫓고 있으며, 그 생각이 소리를 다시 쫓고 있다.
음악이 만들어주는 소리가 생각을 지배하고, 생각을 쫓다보면 어느새 소리를 듣는 우리가 되는 건 아름다운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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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AL HORN"
2007 년 11 월 14 일 (수) 8:00PM 금 호 아 트 홀
부천시향 호른 수석주자 최경일이 그의 다섯 독주회 프로젝트 중 첫 번째 이야기 Natural Horn 독주회가 오는 11월 14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립니다. L.v.Beethoven, L.F.Dauprat, F.Kuhlau, Nicolas de Crufft등 고전에서 현대까지 호른 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의 곡들로 구성되어진 이번 연주회는 가공되지 않은 Horn의 자연스런 음색과 정제된 테크닉으로 호르니스트 최경일의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음악회가 될 것입니다.
▶ 연주회 일정
일 시 : 2007년 11월 14일 (수) 오후 8시00분
공 연 명 : 최경일의 호른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Natural Horn’
장 소 : 금호아트홀
입 장 권 : 전석 20,000원 (*청소년 50% 할인)
티켓예매 : 티켓링크 (T.1588-7890)
www.ticketlink.co.kr
주 최 : 유림 공연기획(T.514-9600)
www.yurimart.co.kr
후 원 : 부천시 ,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동문회
PROGRAM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Sonata for Piano and Horn Opus.17
Allegro Moderato
Poco Adagio , quasi Andante
Rondo Allegro Moderato
Louis Francois Dauprat (1781- 1868)
Sonate pour Cor en Fa et Piano Opus.2 (한국초연)
Allegro Moderato
Affectuoso , Andantino poco allegretto
Rondo Allegro
INTERMISSION
Friedrich Kuhlau (1786- 1832)
Andante und Polacca fur Horn und Klavier (한국초연)
Andante
Alla Polacca
Nicolas de Crufft (1781-1818)
Sonate en Fa Majeur pour Cor et Piano
Allegro Moderato
Andante espressivo
Rondo (alla Polacca) Moderato
PROFILE
호른 주자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최경일은 1994년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입단하여 깊고 풍부한 음악활동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1995년 서울대 음악대학 졸업 후, 일본 International Horn Workshop에 참가, 러시아 Saint. Petersburg University Summer School을 수료하며 솔리스트로서의 가능성도 인정받았으며 음악가로서 견문을 넓히고, 꾸준한 연구와 학업을 정진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을 마쳤다. 모차르트와의 인연이 깊었던 그는 군산시립교항악단, KNUA 오케스트라,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튜티 앙상블과의 협연을 통해 2006년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린 최경일의 모차르트 호른 콘체르토 독주회에서 기량을 발휘하여 관중들로부터 찬사를 받았으며 100%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였다. 그 외에도 금호 금요콘서트 초청연주, Ventus 금관 5중주, 부천 목관 5중주, 시링스 목관5중주, 아카데미아 금관 5중주, 부천 실내악 단원 등 실내악 음악과 독주를 통해 다수의 연주활동을 보여줌으로써 다양한 음악을 선사하였고 향후 5년간의 독주회 프로젝트로 2007년 Natural Horn 연주와 2008년 Bach의 첼로 무반주곡 등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음악회와, 2009년은 유명한 호른 협주곡들을 모아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2010년은 20세기 음악을, 2011년은 호른과 함께하는 Jazz 음악을 계획하여 시대를 넘나들며 새로운 음악세계로 호른 독주의 새바람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호른 제1수석 주자로 아카데미아 금관 5중주 멤버, 시링스 목관 5중주 멤버, 솔리스트 브라스 앙상블 멤버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단국대 겸임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숭실대학교 Conservatory, 성신여자대학교, 서울예고에 출강하여 후진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허인수, 이창근, Anatoly Sukhorukov, 이희철을 사사했다.
Piano. 문정재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최우수 졸업
Bologna 국제콩쿠르 , F.Schubert 국제콩쿠르,
Alessandria 국제 피아노 콩쿠르 등에서 1위수상.
현재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 및 실내악 최고연주자 과정 중